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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① 0원에서 천만 원까지 | 대학생의 세계여행 현실 준비기

by 지금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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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여행을 꿈꾸게 되었을까?

어릴 적부터 막연하게 동경해 온 꿈이 있었습니다. 바로 세계여행입니다. 중학생 시절, 한비야 작가의 여행기를 처음 접했을 때 저는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자신감 있게 세계를 누비는 그녀의 모습은 단순한 감탄을 넘어 동경이 되었고, 그 순간부터 세계여행은 제 인생의 목표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그 꿈은 늘 현실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습니다. 어린 나이에 꾼 세계여행이라는 꿈은 이상적이고 비현실적이라는 시선 속에 자리 잡고 있었고, 응원보다는 의문과 회의적인 말들이 더 많았습니다. 가까운 사람들조차도 이해해주지 않았습니다. 특히, 사촌오빠는 "구글어스로도 세상구경 다 할 수 있는데, 왜 그런 망상을 하냐"라고 말하며 웃어넘기곤 했습니다. 그런 말들이 때로는 상처가 되었지만, 그럴수록 제 마음속의 꿈은 오히려 더 단단해졌습니다.

도서관에 갈 때마다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책은 늘 여행 에세이였습니다. 책장을 넘길수록 마음속의 꿈은 점점 더 선명해졌고, '성인이 되면 꼭 떠나야지'라는 다짐도 함께 자라났습니다. 그 꿈은 시간이 흐를수록 막연함을 벗고 구체적인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갓 스무 살이 되었을 때, 저는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그 첫걸음은 아주 소박했습니다. 천 원짜리 연습장을 사서, 여행 자금을 위한 가계부를 쓰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렇게 저는 어릴 적부터 품어온 꿈을 현실로 만들어 나가기 위한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여행 자금은 어떻게 모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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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을 위해 가장 먼저 준비해야 했던 것은 바로 여행 자금이었습니다. 갓 성인이 되었을 무렵, 제 통장 잔고는 말 그대로 0원이었습니다. 돈도, 구체적인 계획도 없었지만 단 하나, 세계여행을 향한 확고한 꿈만은 분명했습니다.

부모님께 손 벌리고 싶지 않았기에, 매 학기 전액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학업에 집중하는 한편, 여행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밤낮으로 아르바이트에 매달렸습니다. 옷은 친구들에게 물려받고, 교재는 중고로 해결했으며, 사소한 지출 하나도 아끼려 애썼습니다. 그렇게 쌓아 올린 노력은 조금씩 결실을 맺기 시작했습니다.

한두 푼씩 모으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몸은 점점 지쳐갔고, 심적으로도 힘든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들을 버틸 수 있었던 건 바로 '목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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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서서 일하다 보면 몸도 마음도 지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 문장을 저는 가계부 첫 장에 붙여두고, 매일 스스로를 다독였습니다. 

꿈을 날짜와 함께 적어놓으면 그것은 목표가 되고,
목표를 잘게 나누면 그것은 계획이 되며,
그 계획을 실행에 옮기면, 꿈은 실현되는 것이다.

– Greg S. Reid

 

통장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금액을 확인할 때마다 작은 희열이 느껴졌습니다. 결국 목표했던 금액에 가까워졌을 때, 설렘보다 먼저 다가온 감정은 '드디어 고된 일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해방감이었습니다.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꿈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었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놓이지는 않았습니다. 
언덕 하나를 넘은 줄 알았는데, 그 너머에 훨씬 더 거대한 산이 버티고 있는 것만 같았기 때문입니다.
금수저도 아닌 평범한 대학생이 천만 원이 넘는 돈을 손에 쥐었을 때 느낀 건, 단순한 기쁨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두려움'이었습니다.
여행 날짜가 다가올수록 마음은 더 무거워졌고, 현실이라는 무게가 꿈의 설렘보다 앞서기 시작했습니다.

 

여행, 가볍게 시작하는 용기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낯선 환경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내가 과연 이걸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자꾸만 저를 주저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거창한 목표나 의무감 대신, 마음을 가볍게 먹는 것에서부터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무언가 꼭 해내야 한다는 부담 없이, 흘러가는 대로 스스로를 맡겨보기로 했습니다.

 

왜 지금, 세계여행을 떠나려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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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이라도 다른 길을 선택하면 비정상적인 사람처럼 여겨지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저 역시 자연스럽게 남들이 가는 길을 따라 대학에 진학하였습니다. 진로에 대한 확신 없이 반복되는 하루를 보내는 동안, 마음 한켠엔 답답함이 쌓여갔습니다. 낮은 취업률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나는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고,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습니다.

사실 저는 본래 도전적인 사람이라기보다는, 겁이 많고 눈치도 많이 보는 편이라 보수적인 선택을 더 많이 해왔던 사람입니다.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쉽게 나서지 못했고, 새로운 걸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불확실한 상황 앞에서는 늘 한 발 물러서게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이번 세계여행은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제가 주도적으로 선택한 도전이었습니다.

세계여행은 저에게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습니다. 진정한 '나'를 찾고, 더 나은 방향으로 성장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여정이었습니다. 저는 여행을 통해 내가 누구인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 사람인지, 그리고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또한, 젊을 때 사서 고생하면 인생이 단단해진다는 말을 믿고 싶었고, 그 말의 진실을 직접 경험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익숙한 환경을 벗어나 다양한 나라와 문화 속에 저를 던져보고자 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 속에서 나 자신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지켜보고, 그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처럼 세계여행은 저에게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나'를 알아가고, 그 발견을 바탕으로 세상을 더 현명하게 살아가기 위한 하나의 여정이었습니다. 그렇게 이 여행은 제게 가장 큰 숙제이자, 동시에 가장 설레는 도전이 되었습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여행을 다녀오며 겪은 경험과 느낀 점들을 전해드릴 예정입니다.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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